드레스덴한인교회

설날을 보내며

01/25/2020
Changgook Ahn

  한국 사람들은 설날이 지나야 비로소 새해가 완전히 시작되었다고 여기는 편이다. 흔히 음력설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설날이 되면 떡국도 끓여먹고 세배도 하며 명절 분위기를 즐긴다. 물론 나의 부모님은 황해도에서 사셨던 이북(以北) 분이셨기 때문에 설날에 떡국보다는 주로 만둣국을 끓이셨다. 만둣국에 떡을 조금 넣으셔서 끓이셨다. 순전히 떡국만 먹는 날은 오히려 드물었다. 지금도 북한에서는 설날에 떡국보다는 만둣국을 먹는다고 들었다.

  어제가 한국의 설날이고, 중국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주로 음력설을 더 중요하게 여겨서 이 날을 명절로 보낸다. 독일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휴일도 아니고, 명절 음식을 제대로 차려 먹기 어려운 부분도 많기에 음력설을 지내기엔 어려움이 있다. 굳이 한다면 떡국이나 끓여먹는 정도라고나 할까?

  그런데도 설날이 되면 세배라도 주고받아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 것일까? 그냥 지나치면 서운할 것 같고, 그래도 가족끼리 아주 간단한 요식행위(要式行爲)처럼이라도 세배를 주고받고 싶고, 떡국이라도 먹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우리가 한 가족이란 것을 새삼 느끼며 그 소중함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든다.

  때로는 어떤 의식(儀式)이 의미하는 것이 소중할 때가 있다. 예배 의식도 그러하다. 우리가 예배를 드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성경구절을 함께 소리 내어 읽거나, 함께 찬송을 부르거나, 헌금을 하나님께 드릴 때 그 헌금함을 올려놓거나 하는 의식들은 나름대로 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담긴다면 괜찮을 수 있다. 의식을 행하다가 그것이 너무 형식적인 것이 되면 오히려 더 진부(陳腐)해져서 그 온전한 정신을 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식은 그 정신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그 마음이 담겨져 행해진다면 그 의식에 담긴 의식이 더 풍성해질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설날이 되어 세배나 떡국을 먹는 것 등의 전통적인 명절 관습을 생각하다보니 우리가 교회 안에서 행하는 여러 의식들도 동일한 마음으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통의 의미는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는 것이지, 그 관습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교회에서 행하는 여러 의식들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설날 명절을 보내며, 우리의 마음을 다해 주님께 드리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글/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