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한인교회

소리 없이 지나가는 봄날 속에서

04/24/2020
Changgook Ahn

  우리 교회의 뜰에도 여러 꽃나무들이 있다. 가장 먼저 교회 앞뜰에서 보라색 꽃들이 피어나고 이어서 교회 옆의 모과나무에서 하얀 꽃이 피어난다. 그리고 개나리가 샛노랗게 본격적인 봄을 알리고 뒤뜰에서도 튤립이 소담스럽게 피어난다. 이어서 우리 교회에서 가장 큰 나무인 겹벚꽃나무에서 화사하게 꽃을 피워 봄의 절정을 알린다. 교회의 주변에서도 벚꽃나무와 목련 등의 봄꽃들이 피어나서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왔음을 실감나게 해준다.

  올해도 변함없이 봄꽃들이 피었다. 그리고 개나리의 노란 꽃들이 이젠 많이 떨어져간다. 그리고 가장 화사하게 피어났던 겹벚꽃나무의 꽃잎들이 마치 눈 내리듯이 바람결에 흩뿌려지고 있어 조만간에 그 아름다운 꽃들은 다 사라지고 푸른 잎들만 무성하게 될 것이다. 3월부터 4월까지 많은 봄꽃들이 피어났고 이젠 서서히 그 꽃들이 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봄은 어느덧 우리 곁에 왔고 이제는 여름철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다.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5월이 되면 이젠 늦은 봄이 되고 초여름이 접어드는 시절이다. 그런데 이렇게 봄이 지나가는데 왠지 허전하다. 봄이 되면 부활절도 함께 맞이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꽃도 즐기고, 꽃길을 따라 함께 산책도 하면서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을 활기 있게 하는 봄을 누려야 하는데, 이러한 것을 혼자만 즐기려니 허전한 마음이다. 물론 내게는 가족이 있어 꽃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지만,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마음 편히 근처 공원으로 산책 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가능한 한 외부로 나가는 것을 자제하고 집 안에만 있으려니 이 봄을 만끽하지 못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저 홀로 교회의 정원 이곳, 저곳의 잡초를 뽑고, 가지치기를 하고, 뿌려야 할 씨앗을 뿌리면서 혼자 자위(自慰)하고 있다고나 할까?

  봄이 되었어도 꽃가게나 꽃이나 묘목을 파는 가게들도 문을 열지 못하였기에 발코니의 화분도 덩그러니 헛헛한 흙만 놓여 있다가 지난 월요일부터 꽃가게가 문을 열면서 빨간 색 제라늄(Pelargonium)을 심어놓으니 그나마 발코니가 훨씬 밝아진 느낌이다. 그렇게 조용히 봄날을 보내고 있다.

  교회의 성도들이 교회의 마당을 밟고, 교회의 꽃들을 함께 즐기고, 봄날의 따사로움 속에서 서로 함께 교제하고 드디어 그릴(Grill)의 계절이 돌아왔다며 교회 마당에서 고기를 굽는 이들이 조잘대며 떠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함께 해야 할 봄날이 코로나19의 느닷없는 방문에 소리 없이 지나가고 있다. 아마도 우리 교회 성도들에게 있어서 2020년 봄날의 교회 풍경은 상상 속에나 있을 듯 싶다. 함께 해야 할 공동체이기에 소리 없이 지나가는 봄날이 아쉽다….

(글/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