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한인교회

순례자로서의 이삿짐

07/04/2020
Changgook Ahn

  이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이사를 몇 번 했는지 세어보니 내가 기억하는 이사만 13번을 했고, 이번에 14번째의 이사를 하게 된다. 물론 내가 기억하지 못하지만 알고 있는 이사는 최소한 한 번 더 있으니 내가 알고 있는 내 인생의 이사는 15번째가 된다. 결혼한 이후에는 이번이 7번째 이사가 된다. 독일에서만 이번이 세 번째 이사이다. 부모님의 집에서 살면서 학업으로 인해 기숙사 생활이나 자취 등의 임시 거처는 이사라고 할 수 없으니 당연히 제외하였다.

  이제 또 이사를 앞두고 이삿짐을 싸려니 짐이 적지 않다. 이사를 할 때마다 이것저것을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주었지만 짐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더구나 이번에는 다음 사역지가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임시로 머무는 거처를 구하여 이사를 가는 것이기에 이삿짐을 싸는 데 고민이 많다. 이제는 두 아들이 각자 학교가 있는 도시와 군입대로 흩어지게 되어 작은 집을 구해서 이사를 하려니 모든 짐을 가지고 갈 수도 없다. 아들이 쓸 물건들은 아들의 기숙사로 옮겨주었지만 살림이 여전히 많다. 이사를 가게 되는 집이 작으니 그 많은 짐을 둘 곳도 없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러저러한 물건들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주고, 오래된 물건들과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과감히 버리기 시작했다.

  모든 목사들이 그러하리라 짐작되지만 나 역시도 책들이 많은 편이다. 한국에서 독일로 이사 올 때 꽤 많은 양의 책들을 모교(母校)인 침례신학대학교 도서관에 기증을 하고 왔는데도 책이 작지 않다. 독일에 와서는 책 사는 것을 매우 자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이 또 많이 늘어 있었다. 이번에는 더욱 과감하게 많은 책들을 정리하였다. 내가 갖고 있는 책의 거의 ⅔를 교회의 책방에 내려다 놓았다. 성도들이 언제든지 열람하고, 빌려가서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미 많은 책들을 책방에 내려다 놓았었는데, 이번에는 웬만한 책들을 거의 다 교회의 책방에 내려다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책들을 내려다 놓았다. 내가 꼭 참조해야 하는 책들 일부와 목회자가 아니면 거의 필요 없는 책이나 지나치게 신학적인 책을 제외시켰을 뿐이다. 그런데도 책만 거의 20박스 정도가 되었다.

  이삿짐을 꾸리면서 우리는 이 땅에 순례자로 살아가면서 왜 이리 많은 짐들을 끌고 다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이도 점점 더 들어가는데 이제는 좀 더 짐을 줄여가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어차피 두고 갈 것들이 많다. 어차피 버려야 할 것들이 많다.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무방한 것들도 참 많다. 수십 년간 한 번도 사용을 안 하는 물건들도 이사할 때마다 버리지 못했던 것들도 많다. 그러다가 결국은 어느 때엔가 버려질 것들인데…. 우리 인생은 나그네길이다. 짐이 너무 많아 오히려 버겁다. 미련을 내려놓고 버리는 것을 배워야 한다.

(글/ 안창국 목사)